[시사타임즈=책을 읽읍시다 (1434)] 고시원 기담

조회수 539

[시사타임즈 박속심 기자『고시원 기담』은 유령이 되어 살아가는 사람들이 겪게 되는 기묘한 이야기들을 담고 있다옴니버스 구성으로 전개되는 이들 각각의 이야기는 추리, SF, 무협스릴러 등 서로 다른 장르를 통해 저마다의 색으로 다채롭게 펼쳐진다이들의 기묘하고 환상적인 이야기들은 마지막에 하나의 사건과 이야기로 합쳐지고거대한 음모와 맞닥뜨리게 되면서 기적 같은 순간으로 이어진다.

 

변두리 시장 통에 자리한 고문고시원. 1990년대 불어 닥친 고시원 열풍에 편승해 지어진 고문고시원의 원래 이름은 공문고시원이었다. ‘공부의 문이라는 뜻으로 지은 이름이었으나 어느 날인가 자 밑의 이응이 떨어져나가 고문고시원이 되고 말았다처음에는 고시원 원장의 저가 전략에 힘입어 다양한 사람들이 고문고시원에 둥지를 틀었다하지만 세월이 흐르고 시설이 낙후되면서 곧 하나 둘 떠나게 되고 원장이 고시원을 허물겠다고 발표한 이후에는 대부분이 방을 비워 지금은 단 여덟 명만이 고문고시원에 거주하고 있다고문고시원 사람들은 모두 숨을 죽인 채 살아간다마치 유령처럼 존재하지만 존재하지 않는 존재가 된 그들은 각자의 방에 틀어박혀 한 평짜리 삶을 이어가고 있다.

 

『고시원 기담』은 한 평짜리 좁은 공간에서 기꺼이 스스로를 고립시키며 살아가던 비루한 존재들이 자신과 함께 살아가는 이들의 존재를 깨닫고 힘을 합쳐 악에 맞서는 이야기이다『고시원 기담』에는 비루하고 별 볼일 없는 사람들이 등장한다고시생취업 준비생외국인 노동자신용 불량자가출 소녀 등 그들의 삶은 그들이 거주하고 있는 고시원 방만큼이나 비좁고 비루하다하지만 그들에게 벌어지는 일련의 사건들을 통해 그들은 성장하고 자신을 가두고 있던 껍질을 깨고 나오며다른 껍질 속에 있던 이들과 조우하게 된다.

 

작가는 한국사회의 축소판과도 같은 고시원이라는 공간을 가져와 이곳에서 일어나는 이야기를 장르적인 상상력을 발휘해 풀어낸다죽은 사람과 대화를 나누고어느 날 갑자기 초능력이 생겨나고유령이 돌아다니는 등의 기이한 사건들은 작가의 묵직한 현실 인식과 주제 의식 위에서 단단한 현실성을 갖추고 다양하게 변주된다지루할 틈 없이 펼쳐지는 이야기들을 정신없이 따라가다 보면어느 순간 묵직한 주제의식과 마주하게 된다.

 

작가는 한국사회의 다양한 일면을 풍자와 유머를 통해 보여주면서도 소외된 사람들약하고 비루한 사람들에 대한 따뜻한 시선을 놓지 않는다작가는 『고시원 기담』을 통해 이토록 기괴하고 끔찍한 현실 속에서도 우리는 서로 연결되기를 포기해서는 안 되며 지척에서 살아가고 있는 이들의 존재를 잊지 않아야 한다는 메시지를 잔잔하게 전한다.

 

 

작가 전건우 소개

 

1979년 울산에서 태어나 부산에서 자랐다대학에서 해운경영학을 전공하고 6년간 잡지사에서 기자로 일하다 2008 『한국공포문학단편선』『한국추리스릴러단편선』을 통해 데뷔하며 본격적인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세상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는 어둠그리고 그 속에 깃들어 있는 빛에 대한 이야기를 쓰고 있다호러 미스터리 소설을 쓰면서도 인간에 대한 따뜻한 시선을 놓지 않는 사려 깊은 이야기꾼이다장편소설 『밤의 이야기꾼들』『소용돌이』를 출간했다.

 

 

<맑은 사회와 밝은 미래를 창조하는 시사타임즈>

<저작권자(c)시사타임즈무단전재-재배포금지.>



기사 보러가기



INSTAGRAM


캐비넷의 새소식을 전해드립니다


@storycabi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