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 소개
한 평짜리 작은 공간, 그 곳에도 삶이 있다.
쇠락한 고시원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기묘하고도 환상적인 이야기
변두리 시장 통에 자리한 고문고시원. 1990년대 불어 닥친 고시원 열풍에 편승해 지어진 고문고시원의 원래 이름은 ‘공문고시원’이었다. ‘공부의 문’이라는 뜻으로 지은 이름이었으나, 어느 날인가 ‘공’자 밑의 이응이 떨어져나가 ‘고문고시원’이 되고 말았다. 처음에는 고시원 원장의 저가 전략에 힘입어 다양한 사람들이 고문고시원에 둥지를 틀었다. 하지만 세월이 흐르고 시설이 낙후되면서 곧 하나 둘 떠나게 되고, 원장이 고시원을 허물겠다고 발표한 이후에는 대부분이 방을 비워 지금은 단 여덟 명만이 고문고시원에 거주하고 있다. 고문고시원 사람들은 모두 숨을 죽인 채 살아간다. 마치 유령처럼, 존재하지만 존재하지 않는 존재가 된 그들은 각자의 방에 틀어박혀 한 평짜리 삶을 이어가고 있다.
『고시원 기담』은 유령이 되어 살아가는 사람들이 겪게 되는 기묘한 이야기들을 담고 있다. 옴니버스 구성으로 전개되는 이들 각각의 이야기는 추리, SF, 무협, 스릴러 등 서로 다른 장르를 통해 저마다의 색으로 다채롭게 펼쳐진다. 이들의 기묘하고 환상적인 이야기들은 마지막에 하나의 사건과 이야기로 합쳐지고, 거대한 음모와 맞닥뜨리게 되면서 기적 같은 순간으로 이어진다.
가장 장르적인 방식으로 전하는 가장 문학적인 메시지
작가는 한국사회의 축소판과도 같은 고시원이라는 공간을 가져와 이 곳에서 일어나는 이야기를 장르적인 상상력을 발휘해 풀어낸다. 죽은 사람과 대화를 나누고, 어느 날 갑자기 초능력이 생겨나고, 유령이 돌아다니는 등의 기이한 사건들은 작가의 묵직한 현실 인식과 주제 의식 위에서 단단한 현실성을 갖추고 다양하게 변주된다. 지루할 틈 없이 펼쳐지는 이야기들을 정신없이 따라가다 보면, 어느 순간 묵직한 주제의식과 마주하게 된다.
작가는 한국사회의 다양한 일면을 풍자와 유머를 통해 보여주면서도 소외된 사람들, 약하고 비루한 사람들에 대한 따뜻한 시선을 놓지 않는다. 작가는 『고시원 기담』을 통해 이토록 기괴하고 끔찍한 일들이 끊임없이 일어나는 현실 속에서도 우리는 서로 연결되기를 포기해서는 안 되며, 지척에서 살아가고 있는 이들의 존재를 잊지 않아야 한다는 메시지를 잔잔하게 전한다.
- 지은이
전건우
79년 울산에서 태어나 부산에서 자랐다. 대학에서 해운경영학을 전공하고 6년간 잡지사에서 기자로 일하다 2008년 『한국공포문학단편선』, 『한국추리스릴러단편선』을 통해 데뷔하며 본격적인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세상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는 어둠, 그리고 그 속에 깃들어 있는 빛에 대한 이야기를 쓰고 있다. 호러 미스터리 소설을 쓰면서도 인간에 대한 따뜻한 시선을 놓지 않는 사려 깊은 이야기꾼이다.
장편소설 『밤의 이야기꾼들』, 『소용돌이』를 출간했다.
- 목차
고문고시원
303호: 그 남자, 어디로?
비정묘시(悲情猫市) ①
316호: 오케이맨
비정묘시(悲情猫市) ②
313호: 취업 무림 패도기
비정묘시(悲情猫市) ③
311호: 매일 죽는 남자
비정묘시(悲情猫市) ④
317호: 사투 소녀
비정묘시(悲情猫市) ⑤
310호: 뱀 사나이, 얼음장, 그리고 괴물
유령들
304호: 고양이는 뒤를 돌아보지 않는다
작가 후기
- 출판사 서평
그들은 존재하지만 존재하지 않는다.
유령이 되어 살아가는 사람들의 한 평짜리 이야기
고시원 기담은 한 평짜리 좁은 공간에서 기꺼이 스스로를 고립시키며 살아가던 비루한 존재들이 자신과 함께 살아가는 이들의 존재를 깨닫고 힘을 합쳐 악에 맞서는 이야기이다. 이러한 이야기를 통해 작가는 ‘인간’과 ‘관계’ 란 무엇인지에 대한 통찰을 전하고, 공동체와 도시적 삶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작가의 전작인 『밤의 이야기꾼들』, 『소용돌이』에서 보여주었던 탁월한 이야기꾼으로서의 면모는 이번 작품에서도 빛을 발한다. 호러, 미스터리, 추리, 스릴러 등 다양한 장르 문학을 꾸준히 집필해 온 작가는 이번 작품에서 여러 장르의 작법을 자유자재로 구사하며, 거침없이 이야기를 풀어낸다. 서로 다른 장르의 이야기들을 하나로 꿰어내며 주제 의식의 전달까지 이끌어내는 솜씨는 탁월하다. 거침없이 이야기를 풀어가면서도, 인간의 존재와 관계성에 대한 통찰을 전하며 뛰어난 문학적 성취를 이루어 낸다.
무엇보다 작품 전반에 깔려 있는 약자들에 대한 따뜻한 시선이 빛난다.
『고시원 기담』에는 비루하고 별 볼일 없는 사람들이 등장한다. 고시생, 취업 준비생, 외국인 노동자, 신용 불량자, 가출 소녀 등 그들의 삶은 그들이 거주하고 있는 고시원 방만큼이나 비좁고 비루하다.
고시원에서 살아가는 이들의 한 평짜리 삶을 지극히 장르적인 방식으로 풀어내면서 인생의 비애와 환희를 전하는 전건우 작가는 우리 시대 가장 사려깊은 이야기꾼이다.
- 책 속으로
고문고시원은 수명이 다한 초식동물처럼 보인다. 한때는 사바나의 초원을 거닐며 풀을 뜯으며 늘어지게 하품을 했으나 이제는 늙고 병들어 죽을 날만을 기다린 채 엎드려 있는 하마나 코뿔소, 혹은 코끼리. -9쪽-
고문고시원 사람들은 숨을 죽인 채 살아간다. 마치 존재하지 않는다는 듯. 서로 마주치지 않기 위해 치밀하게 동선을 짜고 소리를 통해 다른 사람의 행동 패턴을 파악한다. 그래도 가끔 주방에서나, 화장실 앞에서나, 길고 좁은 복도에서나, 바람을 쐬러 올라간 옥상에서 누군가와 예기치 않게 마주칠 때가 있는데 그럴 때면 서로 유령이라도 본 듯 ‘헉’ 하고 놀라고는 서둘러 자리를 뜬다.
그렇다. 고문고시원의 잔류민들은 모두 유령이다. 존재하지만 존재하지 않는 존재. 각자의 방에 틀어박혀 한 평짜리 삶을 이어가는 존재. 나도 고문고시원에서 유령이 되었다. -23쪽-
자신도 모르게, 홍은 노래를 흥얼거렸다. 어머, 미쳤나 봐. 알아차렸을 때는 이미 멈출 수 없었다. 눈을 감고 낮고 조용하게 노래를 불렀다. 몇 년간 한 번도 떠올리지 않았는데도 가사가 술술 나왔다. 어둠 속에 멜로디가 차곡차곡 쌓여갔다. 가슴이 환하게 부풀었다. 고등학교 수학여행 때 딱 한 번 가봤던 제주도의 풍경이 아련히 떠올랐다. 파도 소리가 들리는 것만 같았다. 바람이 불었다. 손을 뻗으면 반짝이는 별을 만질 수 있을 것만 같았다.
홍은 눈을 떴다. 노래는 끝났다. 한 평짜리 고문고시원 303호 안이었다. 사방은 어두웠고 곰팡내가 풍겨왔다. 초여름의 끈적끈적한 더위가 목덜미와 겨드랑이에 달라붙었다. 홍은 소리 없이 한참을 울다가 천장에 매달린 선풍기를 켰다. 옆방 남자는 그 밤 내내 아무 말이 없었다. -39쪽-
번개가 사방을 밝힌다 싶더니 뒤이어 천둥이 공기를 두드리며 지나갔다. 하늘을 찢을 듯한 소리였다. 세 명은 그 자리에 딱 얼어붙었다. 번개가 광기 어린 눈을 치뜬 바로 그 순간, 편과 최, 그리고 깜은 똑똑히 보고 말았다. 자신들을 바라보며 우두커니 서 있는 검은 형체를. 그 형체들은 인간 세상의 것이 아니었다. 끝도 없이 깊은 무저갱에서 솟아 나와 고문고시원을 배회하는 유령들이었다. 그 옛날, 고문고시원 터 위에서 죽어간 자들이었다. 수도 없이 많은 유령들이 세 사람을 노려보고 있었다. -373쪽-
- 책 소개
한 평짜리 작은 공간, 그 곳에도 삶이 있다.
쇠락한 고시원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기묘하고도 환상적인 이야기
변두리 시장 통에 자리한 고문고시원. 1990년대 불어 닥친 고시원 열풍에 편승해 지어진 고문고시원의 원래 이름은 ‘공문고시원’이었다. ‘공부의 문’이라는 뜻으로 지은 이름이었으나, 어느 날인가 ‘공’자 밑의 이응이 떨어져나가 ‘고문고시원’이 되고 말았다. 처음에는 고시원 원장의 저가 전략에 힘입어 다양한 사람들이 고문고시원에 둥지를 틀었다. 하지만 세월이 흐르고 시설이 낙후되면서 곧 하나 둘 떠나게 되고, 원장이 고시원을 허물겠다고 발표한 이후에는 대부분이 방을 비워 지금은 단 여덟 명만이 고문고시원에 거주하고 있다. 고문고시원 사람들은 모두 숨을 죽인 채 살아간다. 마치 유령처럼, 존재하지만 존재하지 않는 존재가 된 그들은 각자의 방에 틀어박혀 한 평짜리 삶을 이어가고 있다.
『고시원 기담』은 유령이 되어 살아가는 사람들이 겪게 되는 기묘한 이야기들을 담고 있다. 옴니버스 구성으로 전개되는 이들 각각의 이야기는 추리, SF, 무협, 스릴러 등 서로 다른 장르를 통해 저마다의 색으로 다채롭게 펼쳐진다. 이들의 기묘하고 환상적인 이야기들은 마지막에 하나의 사건과 이야기로 합쳐지고, 거대한 음모와 맞닥뜨리게 되면서 기적 같은 순간으로 이어진다.
가장 장르적인 방식으로 전하는 가장 문학적인 메시지
작가는 한국사회의 축소판과도 같은 고시원이라는 공간을 가져와 이 곳에서 일어나는 이야기를 장르적인 상상력을 발휘해 풀어낸다. 죽은 사람과 대화를 나누고, 어느 날 갑자기 초능력이 생겨나고, 유령이 돌아다니는 등의 기이한 사건들은 작가의 묵직한 현실 인식과 주제 의식 위에서 단단한 현실성을 갖추고 다양하게 변주된다. 지루할 틈 없이 펼쳐지는 이야기들을 정신없이 따라가다 보면, 어느 순간 묵직한 주제의식과 마주하게 된다.
작가는 한국사회의 다양한 일면을 풍자와 유머를 통해 보여주면서도 소외된 사람들, 약하고 비루한 사람들에 대한 따뜻한 시선을 놓지 않는다. 작가는 『고시원 기담』을 통해 이토록 기괴하고 끔찍한 일들이 끊임없이 일어나는 현실 속에서도 우리는 서로 연결되기를 포기해서는 안 되며, 지척에서 살아가고 있는 이들의 존재를 잊지 않아야 한다는 메시지를 잔잔하게 전한다.
- 지은이
전건우
79년 울산에서 태어나 부산에서 자랐다. 대학에서 해운경영학을 전공하고 6년간 잡지사에서 기자로 일하다 2008년 『한국공포문학단편선』, 『한국추리스릴러단편선』을 통해 데뷔하며 본격적인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세상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는 어둠, 그리고 그 속에 깃들어 있는 빛에 대한 이야기를 쓰고 있다. 호러 미스터리 소설을 쓰면서도 인간에 대한 따뜻한 시선을 놓지 않는 사려 깊은 이야기꾼이다.
장편소설 『밤의 이야기꾼들』, 『소용돌이』를 출간했다.
- 목차
고문고시원
303호: 그 남자, 어디로?
비정묘시(悲情猫市) ①
316호: 오케이맨
비정묘시(悲情猫市) ②
313호: 취업 무림 패도기
비정묘시(悲情猫市) ③
311호: 매일 죽는 남자
비정묘시(悲情猫市) ④
317호: 사투 소녀
비정묘시(悲情猫市) ⑤
310호: 뱀 사나이, 얼음장, 그리고 괴물
유령들
304호: 고양이는 뒤를 돌아보지 않는다
작가 후기
- 출판사 서평
그들은 존재하지만 존재하지 않는다.
유령이 되어 살아가는 사람들의 한 평짜리 이야기
고시원 기담은 한 평짜리 좁은 공간에서 기꺼이 스스로를 고립시키며 살아가던 비루한 존재들이 자신과 함께 살아가는 이들의 존재를 깨닫고 힘을 합쳐 악에 맞서는 이야기이다. 이러한 이야기를 통해 작가는 ‘인간’과 ‘관계’ 란 무엇인지에 대한 통찰을 전하고, 공동체와 도시적 삶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작가의 전작인 『밤의 이야기꾼들』, 『소용돌이』에서 보여주었던 탁월한 이야기꾼으로서의 면모는 이번 작품에서도 빛을 발한다. 호러, 미스터리, 추리, 스릴러 등 다양한 장르 문학을 꾸준히 집필해 온 작가는 이번 작품에서 여러 장르의 작법을 자유자재로 구사하며, 거침없이 이야기를 풀어낸다. 서로 다른 장르의 이야기들을 하나로 꿰어내며 주제 의식의 전달까지 이끌어내는 솜씨는 탁월하다. 거침없이 이야기를 풀어가면서도, 인간의 존재와 관계성에 대한 통찰을 전하며 뛰어난 문학적 성취를 이루어 낸다.
무엇보다 작품 전반에 깔려 있는 약자들에 대한 따뜻한 시선이 빛난다.
『고시원 기담』에는 비루하고 별 볼일 없는 사람들이 등장한다. 고시생, 취업 준비생, 외국인 노동자, 신용 불량자, 가출 소녀 등 그들의 삶은 그들이 거주하고 있는 고시원 방만큼이나 비좁고 비루하다.
고시원에서 살아가는 이들의 한 평짜리 삶을 지극히 장르적인 방식으로 풀어내면서 인생의 비애와 환희를 전하는 전건우 작가는 우리 시대 가장 사려깊은 이야기꾼이다.
- 책 속으로
고문고시원은 수명이 다한 초식동물처럼 보인다. 한때는 사바나의 초원을 거닐며 풀을 뜯으며 늘어지게 하품을 했으나 이제는 늙고 병들어 죽을 날만을 기다린 채 엎드려 있는 하마나 코뿔소, 혹은 코끼리. -9쪽-
고문고시원 사람들은 숨을 죽인 채 살아간다. 마치 존재하지 않는다는 듯. 서로 마주치지 않기 위해 치밀하게 동선을 짜고 소리를 통해 다른 사람의 행동 패턴을 파악한다. 그래도 가끔 주방에서나, 화장실 앞에서나, 길고 좁은 복도에서나, 바람을 쐬러 올라간 옥상에서 누군가와 예기치 않게 마주칠 때가 있는데 그럴 때면 서로 유령이라도 본 듯 ‘헉’ 하고 놀라고는 서둘러 자리를 뜬다.
그렇다. 고문고시원의 잔류민들은 모두 유령이다. 존재하지만 존재하지 않는 존재. 각자의 방에 틀어박혀 한 평짜리 삶을 이어가는 존재. 나도 고문고시원에서 유령이 되었다. -23쪽-
자신도 모르게, 홍은 노래를 흥얼거렸다. 어머, 미쳤나 봐. 알아차렸을 때는 이미 멈출 수 없었다. 눈을 감고 낮고 조용하게 노래를 불렀다. 몇 년간 한 번도 떠올리지 않았는데도 가사가 술술 나왔다. 어둠 속에 멜로디가 차곡차곡 쌓여갔다. 가슴이 환하게 부풀었다. 고등학교 수학여행 때 딱 한 번 가봤던 제주도의 풍경이 아련히 떠올랐다. 파도 소리가 들리는 것만 같았다. 바람이 불었다. 손을 뻗으면 반짝이는 별을 만질 수 있을 것만 같았다.
홍은 눈을 떴다. 노래는 끝났다. 한 평짜리 고문고시원 303호 안이었다. 사방은 어두웠고 곰팡내가 풍겨왔다. 초여름의 끈적끈적한 더위가 목덜미와 겨드랑이에 달라붙었다. 홍은 소리 없이 한참을 울다가 천장에 매달린 선풍기를 켰다. 옆방 남자는 그 밤 내내 아무 말이 없었다. -39쪽-
번개가 사방을 밝힌다 싶더니 뒤이어 천둥이 공기를 두드리며 지나갔다. 하늘을 찢을 듯한 소리였다. 세 명은 그 자리에 딱 얼어붙었다. 번개가 광기 어린 눈을 치뜬 바로 그 순간, 편과 최, 그리고 깜은 똑똑히 보고 말았다. 자신들을 바라보며 우두커니 서 있는 검은 형체를. 그 형체들은 인간 세상의 것이 아니었다. 끝도 없이 깊은 무저갱에서 솟아 나와 고문고시원을 배회하는 유령들이었다. 그 옛날, 고문고시원 터 위에서 죽어간 자들이었다. 수도 없이 많은 유령들이 세 사람을 노려보고 있었다. -373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