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 소개
23회 부산국제영화제 아시안필름마켓 E-IP 피칭 어워드 NEW 크리에이터상 수상!
매일 빚쟁이에 쫓기며 벼랑 끝 삶을 살아가던 연희는 어느 날 한 청소업체의 취업 면접을 보게 된다.
겉보기엔 ‘미래클리닝’ 이라는 평범한 이름의 청소회사의 본 모습은 범죄 현장의 시체 청소업체.
연희는 끔찍한 현장을 목도하고 벗어나려 하지만 그 일이 주는 막대한 돈에 흔들려 어쩔 수 없이 취업하게 된다.
불법 시체 청소를 하는 회사이지만 그들 나름의 원칙이 있다.
다른 시체 청소 회사들과는 달리 여성과 아이의 시체는 절대 처리하지 않고, 오직 ‘흉악범’ 들의 시체만을 처리한다는 것.
하루하루 일을 하며 연희는 점점 사회 이면에 있는 범죄 세계에 빠져 들어가게 되고 점차 자신의 윤리가 무뎌지는 것을 느낀다.
하루라도 빨리 이 지옥에서 탈출해 자신의 삶을 살고 싶지만 그녀는 과연 이곳을 벗어날 수 있을까?
범죄 현장의 시체들을 청소하는 회사, 그곳에 취업한 청춘들의 생존 투쟁기!
▪ 지은이
강지영
소설집 『굿바이 파라다이스』, 『개들이 식사할 시간』, 장편 『심여사는 킬러』, 『엘자의 하인』, 『프랑켄슈타인 가족』, 『어두운 숲속의 서커스』, 『페로몬부티크와 웹툰 스틸레토』 등을 집필했다.
유령과 뱀파이어, 킬러, 좀비, 그리고 수다스러운 비밀과 기품 있는 거짓말을 좋아한다.
김성희
한국콘텐츠진흥원 스토리작가 데뷔프로그램, 콘텐츠 원작소설 창작과정 선정, 2014년 및 2015년 대한민국 스토리 어워드&페스티벌(SA&F) 피칭, 제4회 과학 및 액션소재 장르문학 단편소설 공모전에서 우수상 수상. 장편소설 『마이 미스 미세스』, 앤솔로지 『당신이 죽어야 하는 일곱 가지 이유』, 『첫사랑 위원회』, 『나의 서울대 합격 수기』를 출간했다.
노희준
2006, 제 2회 문예중앙소설상. 범죄역사스릴러 『킬러리스트』
2016, 한국 SF 어워드 대상. 2017 황순원 소나기 마을 문학상. SF, 『깊은 바다 속 파랑』
두 편의 창작집과 다섯 권의 장편소설을 출간했다.
소현수
장편소설 『에덴』, 『괴물』, 『프린테라』, 단편집 『히키코모리 카페』, 어린이 괴담집 『신비아파트 오싹오싹 무서운 이야기』 등을 펴냈다. 방송작가로서도 활동, <바람의 집>과 <제노사이드-학살의 기억들>이 EBS 다큐프라임을 통해 방송되었다.
신원섭
글 쓰는 엔지니어. 2018년 장편소설 『짐승』 출간 및 영화화 진행 중. 단편 앤솔로지 『카페 홈즈에 가면?』, 『괴이 도시』 등에 작품을 실었다.
전건우
소설가. 장편소설 『밤의 이야기꾼들』, 『소용돌이』, 『고시원 기담』을 발표했다. 최근에는 단편집 『한밤중에 나 홀로』를 펴냈다. 그 외에 여러 단편소설을 발표해오고 있다.
정명섭
1973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대기업 샐러리맨과 커피를 만드는 바리스타를 거쳐 전업 작가로 활동 중이다. 주요 작품으로는 『한성 프리메이슨』, 『유품 정리사 – 연꽃 죽음의 비밀』, 『미스 손탁』, 『살아서 가야 한다』 등이 있다.
정해연
2013년 장편소설 『더블』을 발표하며 추리소설 작가로 활동을 시작했다. 장편소설 『악의-죽은 자의 일기』, 『지금 죽으러 갑니다』, 『봉명아파트 꽃미남 수사일지』, 『지금 죽으러 갑니다』, 『유괴의 날』을 발표했고, 앤솔로지 『한국 추리 스릴러 단편선 5』, 『그것들』, 『카페 홈즈에 가면?』에 참여했다.
▪ 목차
1장. 인턴
2장. 이방인
3장. 아들의 손가락
4장. 시시비비
5장. 정직원
6장. 빈자리
7장. 우연과 필연
8장. 증거
9장. 논현동
10장. 기회
11장. 선택지
12장. 프락치
13장. 재회
14장. 떠도는 개들처럼
15장. 함정
16장. 퇴사
17장. 작별
18장. 폐허 위에 내리는 눈
▪ 출판사 서평
작가, 해원의 여성 주인공들은 자신의 잘못이 아닌 구조적인 문제로, 사회 환경적 이유로 매우 곤란한 상황에 빠져 있습니다.
그녀들은 자신을 그런 상황에 몰아넣은 외부적 상황을 비난하거나 책임을 돌리지 않고, 정면 돌파를 선택합니다.
더 나아가 자신보다 약한 존재들을 향해 손을 내미는 희생도 마다하지 않습니다.
그 담담한 처절함이 만들어내는 작품의 무게는 어떤 남성 서사보다 강렬하고 묵직합니다.
김희재(시나리오 작가, ㈜올댓스토리 대표)
은밀하게 시체 처리를 하는 불법 청소업. <굿잡>의 세계에는
시체 처리를 하는 청소업체들이 모인 청소협회가 있고, 망나니라 불리는 킬러들의 협동조합도 있고, 세상의 모든 정보를 모아주는 노숙자 단체도 있다.
우리가 살아가는 이곳과 닮았지만, 이면에 있을 법한 또 다른 세계를 보여주는 <굿잡>은 마치 영화 <존 윅>의 설정을 한국으로 옮겨 놓은 것 같다.
김봉석(문화평론가)
<굿잡>의 가장 큰 묘미는 다양한 인물의 시점에서 막 개봉한 직소 퍼즐 조각처럼 이야기가 흩뿌려졌다가 하나의 그림으로 맞춰지는 과정을 따라가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미스터리, 스릴러, 액션, 누아르, 로맨스, 블랙 코미디, 성장 드라마 등 다양한 이야기의 맛을 고르게 즐길 수 있다.
그 덕분에 여러 시대와 인생을 유랑하는 기분을 느낄 수 있다.
삼풍백화점 붕괴, 박정희 스위스 비밀계좌 등에 대한 기시감을 불러일으키는 대목들이 절묘하게 등장할 때는 한국 현대사의 상흔들을 되짚어 볼 기회를 얻기도 한다.
조민욱(투유드림 IP개발사업부 IP개발총괄)
■ 책 속으로
오늘 있었던 두 번의 면접은 실패로 끝났다.
올 초 취업전선에 뛰어든 후 줄곧 반복되어 온 일이다.
이제 거절당하는 일에는 익숙해져서 대수롭지 않게 느껴졌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취업은 쉬운 일이었다. 널린 게 일자리였으니까. 외환위기가 불어닥치면서 모든 것이 바뀌었다.
한보, 대우 같은 대기업도 무너지는데, 그보다 덩치가 작은 회사들은 해일에 휩쓸린 것처럼 떠내려가 버렸다.
이 판국에 신입사원 뽑겠다고 나서는 간 큰 회사는 별로 없었다. 그나마 남은 일자리는 명문대 출신들에게 돌아갔다. 어중간한 대학교, 그것도 중퇴자인 연희를 위한 자리는 없었다.
그걸 알면서도 직원을 뽑는 곳이면 어디든 지원했다. 면접까지 이어지는 경우는 많지 않았기에, 한 번도 면접을 거른 적 없다.
눈앞의 계단을 오르면 세 번째 면접이 시작될 터였다. 연희는 선뜻 걸음을 떼지 못하고 망설였다.
면접을 주선한 사람이 사채업자이기 때문이다.
10쪽
외환위기가 아버지의 꿈을 물거품으로 만들었다.
일감이 뚝 떨어지면서 공장은 문을 닫았고, 아버지는 큰 빚을 지고 줄소송에 시달렸다. 아버지는 실패를 감당하지 못하고 도망치는 길을 택했다. 연희는 아버지가 남긴 빚을 고스란히 떠안았다.
피하려고 안간힘을 썼지만 소용없었다.
“직업에 귀천이 있다는 말, 어떻게 생각해요?”
남자가 물었다.
“요새 그런 게 어딨어요.”
연희가 원론적으로 대답했다.
“아직도 체면 타령하는 사람들 있잖아요. 세상이 다 망했는데 체면은 개뿔. 뭔 짓을 하든 돈만 벌면 장땡이지. 안그래요?”
연희가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넌 꿈이 뭐니?”
담배를 피우던 중년 여자가 대뜸 물었다.
꿈.
흔한 말인데 낯설게 느껴졌다. 어렸을 땐 꿈이 있었다. 멋지게 차려입고 도시를 활보하는 커리어 우먼. 지금은 꿈은 커녕, 내일도 없다.
남자도 궁금한 눈치였다. 내키지는 않지만 무슨 말이든 해야 했다. 그때 아파트가 떠올랐다.
영등포에 있는 스무 평짜리 주공아파트. 연희와 동생이 나고 자란, 가족의 보금자리. 은행이 죽은 아버지의 빚 대신 빼앗아간 집.
“내 집 마련…….”
연희의 말에 남자가 고개를 끄덕였다.
“5년이면 되겠네요.”
“네?”
“여기서 5년만 일하면 빚 갚고 집 사겠다고.”
14쪽
연희는 다리에 힘이 풀려 주저앉아 버렸다. 교동은 눈길도 주지 않고 열쇠로 자물쇠를 땄다.
문이 열렸다. 콩 볶는 요란한 소리가 여인숙 안으로 뛰어 들었다. 부슬비는 어느새 장대비로 바뀌어 있었다.
“사람이 죽으면 뭐가 될까요?”
교동이 비 내리는 골목길을 보며 입을 열었다.
“생활 쓰레기가 되죠. 그걸 치우는 게 우리 일이에요. 특수청소하고는 다릅니다. 우리가 하는 일은 살인을 없던 일로 만드는 거예요. 시체는 치우고 현장에 남아 있는 모든 증거를 인멸하는 거죠.”
연희는 멍청하게 교동을 따라온 자신을 탓했다.
“연희 씨가 본 시체는 기술자였어요. 요샛말로 하면 킬러라고 할까. 저 녀석 칼질에 죽어 나간 사람이 한 트럭은 될 겁니다. 우리는 죽어도 싼 놈만 치워요. 여자, 어린애,
무고한 민간인 시체는 건들지 않고.”
양심적인 척해 봤자 범죄잖아!
쏘아붙이고 싶었지만 용기가 나질 않았다.
“못 하겠으면 그냥 가도 돼요. 물론 오늘 본 건 잊어야겠죠. 혹시라도 말실수라도 했다간 연희 씨는 물론이고 남양주에 계신 어머니도 위험해집니다.”
어머니라는 말에 머리카락이 쭈뼛 섰다.
25쪽
▪ 책 소개
23회 부산국제영화제 아시안필름마켓 E-IP 피칭 어워드 NEW 크리에이터상 수상!
매일 빚쟁이에 쫓기며 벼랑 끝 삶을 살아가던 연희는 어느 날 한 청소업체의 취업 면접을 보게 된다.
겉보기엔 ‘미래클리닝’ 이라는 평범한 이름의 청소회사의 본 모습은 범죄 현장의 시체 청소업체.
연희는 끔찍한 현장을 목도하고 벗어나려 하지만 그 일이 주는 막대한 돈에 흔들려 어쩔 수 없이 취업하게 된다.
불법 시체 청소를 하는 회사이지만 그들 나름의 원칙이 있다.
다른 시체 청소 회사들과는 달리 여성과 아이의 시체는 절대 처리하지 않고, 오직 ‘흉악범’ 들의 시체만을 처리한다는 것.
하루하루 일을 하며 연희는 점점 사회 이면에 있는 범죄 세계에 빠져 들어가게 되고 점차 자신의 윤리가 무뎌지는 것을 느낀다.
하루라도 빨리 이 지옥에서 탈출해 자신의 삶을 살고 싶지만 그녀는 과연 이곳을 벗어날 수 있을까?
범죄 현장의 시체들을 청소하는 회사, 그곳에 취업한 청춘들의 생존 투쟁기!
▪ 지은이
강지영
소설집 『굿바이 파라다이스』, 『개들이 식사할 시간』, 장편 『심여사는 킬러』, 『엘자의 하인』, 『프랑켄슈타인 가족』, 『어두운 숲속의 서커스』, 『페로몬부티크와 웹툰 스틸레토』 등을 집필했다.
유령과 뱀파이어, 킬러, 좀비, 그리고 수다스러운 비밀과 기품 있는 거짓말을 좋아한다.
김성희
한국콘텐츠진흥원 스토리작가 데뷔프로그램, 콘텐츠 원작소설 창작과정 선정, 2014년 및 2015년 대한민국 스토리 어워드&페스티벌(SA&F) 피칭, 제4회 과학 및 액션소재 장르문학 단편소설 공모전에서 우수상 수상. 장편소설 『마이 미스 미세스』, 앤솔로지 『당신이 죽어야 하는 일곱 가지 이유』, 『첫사랑 위원회』, 『나의 서울대 합격 수기』를 출간했다.
노희준
2006, 제 2회 문예중앙소설상. 범죄역사스릴러 『킬러리스트』
2016, 한국 SF 어워드 대상. 2017 황순원 소나기 마을 문학상. SF, 『깊은 바다 속 파랑』
두 편의 창작집과 다섯 권의 장편소설을 출간했다.
소현수
장편소설 『에덴』, 『괴물』, 『프린테라』, 단편집 『히키코모리 카페』, 어린이 괴담집 『신비아파트 오싹오싹 무서운 이야기』 등을 펴냈다. 방송작가로서도 활동, <바람의 집>과 <제노사이드-학살의 기억들>이 EBS 다큐프라임을 통해 방송되었다.
신원섭
글 쓰는 엔지니어. 2018년 장편소설 『짐승』 출간 및 영화화 진행 중. 단편 앤솔로지 『카페 홈즈에 가면?』, 『괴이 도시』 등에 작품을 실었다.
전건우
소설가. 장편소설 『밤의 이야기꾼들』, 『소용돌이』, 『고시원 기담』을 발표했다. 최근에는 단편집 『한밤중에 나 홀로』를 펴냈다. 그 외에 여러 단편소설을 발표해오고 있다.
정명섭
1973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대기업 샐러리맨과 커피를 만드는 바리스타를 거쳐 전업 작가로 활동 중이다. 주요 작품으로는 『한성 프리메이슨』, 『유품 정리사 – 연꽃 죽음의 비밀』, 『미스 손탁』, 『살아서 가야 한다』 등이 있다.
정해연
2013년 장편소설 『더블』을 발표하며 추리소설 작가로 활동을 시작했다. 장편소설 『악의-죽은 자의 일기』, 『지금 죽으러 갑니다』, 『봉명아파트 꽃미남 수사일지』, 『지금 죽으러 갑니다』, 『유괴의 날』을 발표했고, 앤솔로지 『한국 추리 스릴러 단편선 5』, 『그것들』, 『카페 홈즈에 가면?』에 참여했다.
▪ 목차
1장. 인턴
2장. 이방인
3장. 아들의 손가락
4장. 시시비비
5장. 정직원
6장. 빈자리
7장. 우연과 필연
8장. 증거
9장. 논현동
10장. 기회
11장. 선택지
12장. 프락치
13장. 재회
14장. 떠도는 개들처럼
15장. 함정
16장. 퇴사
17장. 작별
18장. 폐허 위에 내리는 눈
▪ 출판사 서평
작가, 해원의 여성 주인공들은 자신의 잘못이 아닌 구조적인 문제로, 사회 환경적 이유로 매우 곤란한 상황에 빠져 있습니다.
그녀들은 자신을 그런 상황에 몰아넣은 외부적 상황을 비난하거나 책임을 돌리지 않고, 정면 돌파를 선택합니다.
더 나아가 자신보다 약한 존재들을 향해 손을 내미는 희생도 마다하지 않습니다.
그 담담한 처절함이 만들어내는 작품의 무게는 어떤 남성 서사보다 강렬하고 묵직합니다.
김희재(시나리오 작가, ㈜올댓스토리 대표)
은밀하게 시체 처리를 하는 불법 청소업. <굿잡>의 세계에는
시체 처리를 하는 청소업체들이 모인 청소협회가 있고, 망나니라 불리는 킬러들의 협동조합도 있고, 세상의 모든 정보를 모아주는 노숙자 단체도 있다.
우리가 살아가는 이곳과 닮았지만, 이면에 있을 법한 또 다른 세계를 보여주는 <굿잡>은 마치 영화 <존 윅>의 설정을 한국으로 옮겨 놓은 것 같다.
김봉석(문화평론가)
<굿잡>의 가장 큰 묘미는 다양한 인물의 시점에서 막 개봉한 직소 퍼즐 조각처럼 이야기가 흩뿌려졌다가 하나의 그림으로 맞춰지는 과정을 따라가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미스터리, 스릴러, 액션, 누아르, 로맨스, 블랙 코미디, 성장 드라마 등 다양한 이야기의 맛을 고르게 즐길 수 있다.
그 덕분에 여러 시대와 인생을 유랑하는 기분을 느낄 수 있다.
삼풍백화점 붕괴, 박정희 스위스 비밀계좌 등에 대한 기시감을 불러일으키는 대목들이 절묘하게 등장할 때는 한국 현대사의 상흔들을 되짚어 볼 기회를 얻기도 한다.
조민욱(투유드림 IP개발사업부 IP개발총괄)
■ 책 속으로
오늘 있었던 두 번의 면접은 실패로 끝났다.
올 초 취업전선에 뛰어든 후 줄곧 반복되어 온 일이다.
이제 거절당하는 일에는 익숙해져서 대수롭지 않게 느껴졌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취업은 쉬운 일이었다. 널린 게 일자리였으니까. 외환위기가 불어닥치면서 모든 것이 바뀌었다.
한보, 대우 같은 대기업도 무너지는데, 그보다 덩치가 작은 회사들은 해일에 휩쓸린 것처럼 떠내려가 버렸다.
이 판국에 신입사원 뽑겠다고 나서는 간 큰 회사는 별로 없었다. 그나마 남은 일자리는 명문대 출신들에게 돌아갔다. 어중간한 대학교, 그것도 중퇴자인 연희를 위한 자리는 없었다.
그걸 알면서도 직원을 뽑는 곳이면 어디든 지원했다. 면접까지 이어지는 경우는 많지 않았기에, 한 번도 면접을 거른 적 없다.
눈앞의 계단을 오르면 세 번째 면접이 시작될 터였다. 연희는 선뜻 걸음을 떼지 못하고 망설였다.
면접을 주선한 사람이 사채업자이기 때문이다.
10쪽
외환위기가 아버지의 꿈을 물거품으로 만들었다.
일감이 뚝 떨어지면서 공장은 문을 닫았고, 아버지는 큰 빚을 지고 줄소송에 시달렸다. 아버지는 실패를 감당하지 못하고 도망치는 길을 택했다. 연희는 아버지가 남긴 빚을 고스란히 떠안았다.
피하려고 안간힘을 썼지만 소용없었다.
“직업에 귀천이 있다는 말, 어떻게 생각해요?”
남자가 물었다.
“요새 그런 게 어딨어요.”
연희가 원론적으로 대답했다.
“아직도 체면 타령하는 사람들 있잖아요. 세상이 다 망했는데 체면은 개뿔. 뭔 짓을 하든 돈만 벌면 장땡이지. 안그래요?”
연희가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넌 꿈이 뭐니?”
담배를 피우던 중년 여자가 대뜸 물었다.
꿈.
흔한 말인데 낯설게 느껴졌다. 어렸을 땐 꿈이 있었다. 멋지게 차려입고 도시를 활보하는 커리어 우먼. 지금은 꿈은 커녕, 내일도 없다.
남자도 궁금한 눈치였다. 내키지는 않지만 무슨 말이든 해야 했다. 그때 아파트가 떠올랐다.
영등포에 있는 스무 평짜리 주공아파트. 연희와 동생이 나고 자란, 가족의 보금자리. 은행이 죽은 아버지의 빚 대신 빼앗아간 집.
“내 집 마련…….”
연희의 말에 남자가 고개를 끄덕였다.
“5년이면 되겠네요.”
“네?”
“여기서 5년만 일하면 빚 갚고 집 사겠다고.”
14쪽
연희는 다리에 힘이 풀려 주저앉아 버렸다. 교동은 눈길도 주지 않고 열쇠로 자물쇠를 땄다.
문이 열렸다. 콩 볶는 요란한 소리가 여인숙 안으로 뛰어 들었다. 부슬비는 어느새 장대비로 바뀌어 있었다.
“사람이 죽으면 뭐가 될까요?”
교동이 비 내리는 골목길을 보며 입을 열었다.
“생활 쓰레기가 되죠. 그걸 치우는 게 우리 일이에요. 특수청소하고는 다릅니다. 우리가 하는 일은 살인을 없던 일로 만드는 거예요. 시체는 치우고 현장에 남아 있는 모든 증거를 인멸하는 거죠.”
연희는 멍청하게 교동을 따라온 자신을 탓했다.
“연희 씨가 본 시체는 기술자였어요. 요샛말로 하면 킬러라고 할까. 저 녀석 칼질에 죽어 나간 사람이 한 트럭은 될 겁니다. 우리는 죽어도 싼 놈만 치워요. 여자, 어린애,
무고한 민간인 시체는 건들지 않고.”
양심적인 척해 봤자 범죄잖아!
쏘아붙이고 싶었지만 용기가 나질 않았다.
“못 하겠으면 그냥 가도 돼요. 물론 오늘 본 건 잊어야겠죠. 혹시라도 말실수라도 했다간 연희 씨는 물론이고 남양주에 계신 어머니도 위험해집니다.”
어머니라는 말에 머리카락이 쭈뼛 섰다.
25쪽